용두리의 사랑방 같은 퀸즈 미용실에서
무시무시한 일들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함께 살펴 보시죠.
오전 10시 현우네 집
홍해인이 시어머니인 전봉애한테
요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신세지게 된 게 미안해
뭐 도울거 없나 주방을 기웃거리다
자연스럽게 요리 수업 비슷하게 돼버린 거죠.
홍해인이 어제 먹은 닭백숙이 맛있었다고
시어머니 기분도 좋게해줄 요량으로 말하자
신이난 전봉애가 열심히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나는 한 거 없어, 재료가 중요한 것이여"
"닭 잡을 때는 고놈고놈 바이오리듬 체크해서
제일 팔팔하고 싸가지 없는 놈으로 잡아버리면
그냥 된장만 풀어도 맛있는 것이여"
홍해인은 별로 와닿지 않고 크게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어색한 공기보단 시끄러운 수다가 나으니
대충 눈 앞에 놓인 아무 반찬이나 보면서 묻습니다.
"어머님 어제 이것도 맛있던게 비결이 뭐에요?"
"그것은 별거 없어, 미원"
바로 그때
"꺄악, 해인이 너 지금 뭐해!"
김선화가 주방에 들이닥쳐서 기겁을 합니다.
"사돈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우리 딸 일 시키는 거에요?"
"얘는 손에 물 한번 안 묻혀본 애라구요"
어이없어 하는 전봉애
"뭔 물을 안 묻혀? 재벌들은 씻지도 않는갑네"
"뭐에요?!"
흥분하는 김선화를 홍해인이 진정시키네요.
"일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제가 이것저것 여쭤본 거에요"
라고하니 투덜대면서
아예 밖으로 나가버리는 김선화
"여인숙 보단 나을거 같아서 왔더니
이게 다 뭐야.. 으휴 소똥 냄새"
하면서 마당 밖으로 나와 저 멀리 쳐다보니
시골 아저씨 썬캡 쓰고 뭔가를 하고 있는
남편 홍범준이 보입니다.
"여보, 거기서 뭐해요?"
"응 이장 아니, 사돈이랑 사과 따, 과수원이 제대로네"
쯧쯧쯧 혀를 차는 김선화
"어휴 인간들 전원일기 찍고 있네"
소똥냄새 벗어나고 싶어진 김선화는
일단 읍내쪽으로 향합니다.
차가 없죠. 뚜벅뚜벅 하릴없이 걸으니
드디어 반가운 시멘트 건물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오네요.
용두리 뻑다방
"뭐야? 스타벅스 없어?"
멕시칸 농촌 버거
"뭐야? 쉑쉑버거 없어?"
가마솥 한마리 통닭
"뭐야? 비비큐 없어?"
그러다 눈에 들어온 퀸즈 헤어살롱
전부 영어라서 있어보이는 이름
김선화는 여기다 싶습니다.
아무리 시골생활이지만
품격 있는 헤어스타일은 포기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들어서자
서로 까무라치게 놀라는 두 사람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현우의 누나인 백미선도 놀란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머 사돈 어르신"
"여기 제 가게인데 머리하러 오셨어요?'
"앉으세요, 잘라드릴게요"
"팔, 다리 어디부터 잘라드릴까요?
김선화가 뭐야 이여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백미선이 환히 웃으며 말하네요.
"아 조크에요, 조크"
"제 남편이 샌드란시스코에서 박사과정 중이라
제가 서양식 조크를 조금 할 줄 알아요 호호"
괜히 묻지도 않은 말 늘어놓으면서
주춤주춤하는 김선화를
애써 자리에 앉힙니다.
"어떤 머리로 하시게요?"
직업정신과 돈 욕심 발동해서 진지하게 묻자
잠시 고민한 후 답하는 김선화
"세련되고 차분한 청담동 스타일로요"
"아 그런데 진짜 맡겨도 되는지 모르겠네"
"할 수 있겠어요?"
백미선이 세상 진지하게
이리저리 고개 꺽어 살펴보면서 말합니다.
"네 그럼요"
"그런데 그런 추상적인 스타일 보다는 음"
"저희 퀸즈 헤어살롱
시그니처 스타일이 있는데 한번 해보실래요?"
"그게 뭔데요?"
"용두리 마성의 논지기 아낙 스타일이요"
"촌스럽게 그게 뭐야, 싫어요!"
"그럼 폭우 속 벼락 맞은 모내기 아낙네 스타일은요?"
"그건 더 싫어요, 제대로 된 거 없어?!"
"컨추리 카우 파밍스 우먼 볼륨 펌은요?"
"그건 좀 있어보이네, 그걸로 해줘요"
"네 소 끌고 밭 매는 여인 뽀글 마파로 해드릴게요"
"해석하면 그건가?"
바로 그때
갑자기 강미, 방실, 현정
미용실 카더라 송신기 삼인방이 들이닥칩니다.
강미가 말하네요.
"어머머, 거지돼서 오셨다더니 진짜로 여기에 계셨네요?
발끈하는 선화
"뭐에요?!"
"아니에요 우리도 그냥 머리하러 온 거에요"
안 보이는 신경전, 어색한 공기 속에
김선화는 조용히 머리하고 있고
미용실 삼인방은 열심히 수다 삼매경
괜히 선화 들으라는 듯이
현우가 얼마나 용두리에서 용난 인물인지
계속 얘기하네요.
"길게 말하면 뭐해, 현우 같은 애가 없지"
"내가 꼭 현우 첫사랑이어서가 아니라
여자 보는 눈은 있다니까
그래서 결혼도 잘 할줄 알았는디, 지금은 에휴"
라고 방실이가 말하자
선화가 전기 쏘듯 눈빛을 째립니다.
강미가 아랑곳 하지 않고 당돌하게 얘기하네요.
"다 털리고 쪽박 차서
지금은 막막하시겠지만 너무 걱정 말아요"
사위 잘둔 덕에 현우가 방법을 찾아줄거에요"
"우리 현우가 물에 빠진 사람 건지는데는 선수라니까"
오랜 기억 떠올랐다는 듯
옆에서 현정이 호들갑을 떱니다.
"맞지맞지, 진짜 사람도 구했었잖아"
"현우 10살 때인가? 해병대 캠프 갔다가
물에 빠진 여자애 구했었잖아"
아들 잃은 트라우마가 떠오른 김선화가 짜증을 냅니다.
"조용히들 좀 하죠?"
"머리 하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현정이 가소롭게 피식 웃으며 대꾸합니다.
"모르셨구나? 이 미용실은
머리 반, 이빨 터는 게 반이에요. 계속 할게요.
그때 구한 여자애가 9살이었지?
돈 많은 집에서 놀러 왔다가 사고 났던거라매?
그때 고작 10살 짜리가 겁도 없이 물에 뛰어 들어서
9살 여자애 구했다고 난리도 아니었자녀
역시 해병대 특수 경호대 갈만해 우리 현우"
라고 하자 김선화가 놀란 표정으로 묻습니다.
"그 바닷가가 혹시 어디였어요?"
"왜요? 관심이 가유? 그때 거기가...
서해쪽에 돌머리 해변이었는데..."
눈이 휘둥그레지는 김선화
"돌머리..? 돌머리..?"
"왜요? 아는데에요?"
"그때 현우가 거기 가서 찍은 사진이
지금도 집에 있는 걸로 아는디"
뭐에 홀린듯 갑자기 박차고 일어서는 김선화
후다닥 미용실 문을 열고 뛰쳐나갑니다.
백미선이 소리치네요.
"돈 내고 가 이년아!"
현우의 집에 도착한 김선화
현우의 방을 뒤지는데 그때 그 사진
현우가 해병대 캠프에 가서 찍은 그 사진이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익숙한 배경과 눈에 띄는 현우의 옷
아들이 죽었던 그 바닷가에도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이 해병대 캠프였다니...
현우도 있었다니...
잊고 싶었던 기억이라
기억의 저만치로 치워놨었는데
비로소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 겁니다.
"우리 수완이가 해인이를 구한 게 아니었구나"
"현우가 해인이를 구했던 거구나"
비로소 깨닫고 오열하는 김선화
"백서방 어떻게 자네가..."
현우의 어릴적 사진을 꼭 껴안고
주저 앉아서 통곡하는 김선화
그때 문 열고 들어온 홍해인이 기겁을 합니다.
"엄마 그거 왜 끌어안았어?"
"하다하다 이젠 딸의 남자를..?"
"해인아 그게 아니라
어릴 때 널 구한게 백서방이었단다"
해인이 특유의 차가운 눈빛으로 말합니다.
"뭔 소리에요? 오빠가 구했다면서?"
"그런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이상합니다.
현우가 해인이를 구한거라면
오빠인 수완이는 그날 왜 죽은 것인가?
모녀는 머리를 맞댑니다.
작가님이 꽁꽁 숨겨두니 우리라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결국 한가지 결론을 도출해 냅니다. 그건 바로
그날 수완이는 동생 해인이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게 아닙니다.
해인이와 함께 물에 빠졌던 겁니다.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건 백현우입니다.
그런데 둘 다 구할 수는 없으니
우선 해인이만 구한 겁니다.
다들 물 밖으로 나온 해인이 때문에
우왕좌왕 정신이 없는 사이
백현우는 또 뛰어들어서
급박하게 수완이를 찾아 물 밖으로 끌어올렸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숨을 거둔 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아무도 보지 못했기에
모두가 해인이를 구하다가 수완이가 죽은걸로
잘 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흡사 이런 거죠.
1,2,3 세명이 앉아 있는데
1번이 2번 뒤통수 때리고 빠르게 손 감추면
3번이 때린 줄로만 압니다. 3번이 쳐맞습니다.
홍해인은 살고 수완이는 죽어있으니
모두가 해인이를 살리다가 죽은 거라고
지레짐작으로 믿고 있었던 겁니다.
모든 사실을 깨달은 김선화
홍해인을 부둥켜안고 오열을 합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너 때문에 수완이가 죽은 게 아니었구나"
"더 이상 원망하지 않을게, 내가 잘못했다"
그런 김선화를 밀쳐내는 홍해인
"엄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머리 왜 그래?"
거울보니 반쪽만 뽀글파마된 기묘한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년 넘은 오해 풀리면서
모녀간의 극적 화합 물꼬가 트인 후
김선화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나머지 뽀글파마 반쪽을 채우기 위해
다시 퀸즈 헤어살롱으로 향합니다.
대문을 나서는 그때
"꺄악" 소똥 밟고 미끄러지는 김선화
그때 어디선가 번개 같이 달려와
선화의 뒤를 받쳐주는 현우 엄마 전봉애
그대로 넘어졌으면 그야말로 똥칠인데
전봉애가 살린 겁니다.
"똑바로 보고 다녀유"
구해주고 시크하게 들어가는 전봉애
그런 봉애를 보면서 선화는 생각합니다.
"그 엄마에 그 아들이구나"
"현우도 해인이를 구했을 때 저랬겠지?"
소똥 위기 잘 넘기고 퀸즈 헤어살롱에 도착하니
왠 진상 손님과 백미선이 티격태격 하고 있습니다.
이유인 즉, 손님은
용두리안 새색시 볼륨 매직을 요청했는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선화가 잔뜩 성을 높이고 있는
손님에게 다가가서 한마디 합니다.
"이봐요! 얼굴이 그게 아닌데 이 정도면 잘 나온거지!"
"새색시 원하면 볼륨이 아니라 회춘을 하세요!"
한참 흥분했던 손님이
김선화를 보고는 바로 꼬리 내립니다.
범상치 않은 반쪽 뽀글 파마 때문이었죠.
용두리에 출몰한 뉴 사이코임을 직감하고
그대로 도망가버리는 손님
그렇게 백미선을 구한 김선화
자리에 앉아 나머지 반쪽을 마저 해달라고 합니다.
머리 마저 하고 있는데
또 들이닥친 강미, 방실, 현정 삼인방
이번엔 티비 보면서 열심히 수다를 떱니다.
케이블에서 다시 하고 있는 '사랑의 불시착'
현정이 거기에 나오는 재벌을 보면서 한마디 하죠.
"아따 좋겄다, 재벌은 맨날
코팅한 것처럼 윤기나는
스테이끼만 썰어 먹고 사는구나"
머리하던 선화가 말합니다.
"안 그래요, 우리도 주먹밥, 비빔밥 다 해먹어요"
"대신 트러플 오일 넣어서 해먹지"
강미가 환히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라뇨? 그쪽은 이제 재벌 아닌디? 거지인디?"
김선화도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에휴 모슬희 그년만 아니었어도"
방실이가 빠르게 되묻네요.
"모슬희가 누군디요?"
김선화는 자기도 모르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됩니다.
모슬희 그 잡것이
자기가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는 계약서를
홍만대 꼬득여서 미리 써놓은 바람에
지금 이렇게 거지 됐다는 사연이었죠.
"오메 몹쓸 것이네, 사진 있어요?"
"그 여자 면상이 궁금하네"
휴대폰으로 모슬희의 사진을 보여주는 김선화
현정이 기겁을 합니다.
"이 아줌마는 선영인디? 오선영"
"30년 전에 유명했던 그 아줌마"
"얼굴이 완전히 똑같은디, 이 여자가 모슬희라고요?"
김선화가 떨려오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이 여자를 알아요?"
"나는 모르고 우리 어머니가 잘 알제"
"아직도 이 여자 욕을 그렇게 한다니까"
"어떻게 한번 우리 엄니를 만나 보시겄오?"
그렇게 퀸즈 미용실에서 떠오르는 오선영에 대한 새로운 단서
방실이 한마디를 거듭니다.
"그럼 이 여자 이중신분이네?"
"아까 모슬희가 계약서 썼다고 했죠?"
"그럼 이 여자가 모슬희가 아니라
오순영이라는 것만 밝히면 계약서 무효네"
"다시 퀸즈 찾으면 나한테 뽀찌 줘유, 알았쥬?"
김선화는 눈이 번쩍 뜨입니다.
현정의 어머니를 만나서
오순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희망은 선화도 춤추게 한다.
기분 좋아진 김선화
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뛰쳐 나갑니다.
백미선이 소리칩니다.
"돈 내고 가라고 이년아!"
뽀글파마 완성도 안 됐는데
읍내 이곳저곳을 룰루랄라 누비는 김선화
기분 좋으니 모든 구경이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김선화의 주변에
하나둘 모여드는 시골의 아주머니들
유래없는 헤어스타일을 보고 모두들 신기해 합니다.
어떤 아주머니는 휴대폰 꺼내 사진까지 찍죠.
"여백의 미?"
"일부러 한쪽은 파마를 남긴 것이여?"
"용두리 답지 않게 세련되고 신선한디?"
"어디서 했어유?"
급당황한 김선화
그제서야 파마가 덜됐다는 걸 깨닫습니다.
머뭇머뭇하면서 임기응변으로 말하죠.
"이거요? 8부 파마 동탄 스타일"
"퀸즈 헤어살롱에서 했어요"
"나도 가야 쓰겄다"
"같이 가자"
"내가 먼저야"
그렇게 퀸즈 헤어살롱에 손님들 몰려들면서
한쪽은 민둥산인게 특징인 8부 파마의 성지
신개념 헤어스타일로 훗날 대박이 나게 됩니다.
백미선은 룰루랄라 신나게 머리를 말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남편과 아들에게
더 많은 유학비를 송금해줄 생각에
매일 들뜬 마음으로 몰려드는 손님을 맞이합니다.
며칠 뒤 김선화가 다시 방문해서
한가지 약속을 합니다.
"이 퀸즈 헤어살롱에서 모든 단서를 찾았어요"
"딸과의 오해도 풀었고
모슬희 잡것 잡을 실마리도 얻었어요"
"퀸즈를 다시 되찾으면
아드님 유학비는 내가 내줄게요.
우리 퀸즈 장학재단 이름으로
모든 유학비 전액 지원할게요 약속해요"
백미선이 밝은 미소와 함께 말합니다.
"후원 그런 건 됐고
삐딱뷰 스토어에 주문이나 해봐요.
거기 그렇게 맛있고 재밌는 게 많대
자세한 건 고정 댓글"
그렇게 용두리 퀸즈 헤어살롱에서
김선화는 모슬희 잡을 단서와 희망을 찾았고
무엇보다 홍해인은 어릴적 자기를 구했던 사람이
백현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덤으로 엄마와의 관계도 회복되었기에
지금 이 용두리에서의 생활이
너무나도 값지게 느껴집니다.
몸과 마음 회복돼 백혈구 수치 증가하니
수술도 성공적으로 받게 되겠죠.
백현우 덕분에 선물 같은 용두리에서
아주 많은 걸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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