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삐딱뷰입니다.
이전 영상에서 백현우와 홍해인이
오래전 같은 학교에서 만나 반창고를 전해주었던
운명적 연인일거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번 방송에서 그 내용 그대로 나왔네요.
역시나 백현우는 서울로 유학을 갔던 거였죠.
전학 첫날, 얼굴이 필살기라
긴장 따위는 하지 않는 백현우
씩씩한 발걸음으로 운동장 가로지르다
넘어져서 아파하는 홍해인과 마주칩니다.
반창고를 붙여주면서 말하죠.
"집 가면 소독하고 약 발라"
집에 가면 전문 주치의 달려오는 집안인데
알 턱이 없는 백현우가
그렇게 말한 후 일어나라고 손을 뻗어주니
똑똑똑 떨어지는 홍해인의 눈물
그래서 제목이 눈물의 여왕인 거죠.
자기편 없던 세상에서
상처 치유해주고 손까지 뻗어준 남자
따뜻한 그 손을 보고 왈칵 쏟아진 눈물
눈물의 여왕이 애써 추스리고 떠난 후
백현우가 바닥을 보는데
그녀의 MP3가 떨어져 있습니다.
분홍색, H 이니셜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부부가 되어 있는 두사람
홍해인이 백현우의 고향집에서
그 MP3를 발견하는데
놀래거나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죠.
자연스럽게 이어폰 끼고 앉아 음악을 들었습니다.
17년이나 건재한 전설의 배터리보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홍해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반창고를 붙여주었던 그 고등학생이 백현우였다는 걸
홍해인은 연인을 넘어서는 운명과 결혼한 겁니다.
반대로 백현우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여자와
결혼한 줄로만 알고 있죠.
MP3 흘리고 갔던 여고생이
해인이라는 걸 전혀 모릅니다.
오래전 MP3 주워 서랍에 넣어둘 때
H 이니셜 보면서 잠깐 생각을 했었겠죠.
이름이 한나인가? 혜주인가? 할인인가?
그 H의 주인공, 해인이가
지금 자기의 아내가 되어 있다는 걸 전혀 모릅니다.
다 알고 있는 해인이는
백현우가 17년전의 그 남학생이었다는 걸
언제 처음 알았을까요?
많이들 하실법한 예상은
사귀기 시작한 후에, 혹은
결혼 후에 알게 됐을거다. 라는 생각이겠죠.
백현우의 본가에 가서 우연히 MP3를 발견하고
아 이 남자가 오래전 그 남자였구나
알게 됐을거라는 예상입니다.
하지만 그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기에
오히려 가능성이 없습니다.
눈물의 여왕은 기억과 운명을 얘기하는 드라마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홍해인은 5년 전, 백화점에서 백현우와
처음 맞닥뜨렸던 그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2006년, 한일 외고
반창고와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었었던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그 남자
백화점에서 그 남자를 우연히 만난 게 아니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그 남자와
비로소 백화점에서 재회를 한겁니다.
자연스러운 연애 후 결혼한 게 아니고
운명적 그 남자를 일부러 쟁취해서
결혼에 골인한 것입니다.
백현우가 먼저 좋아해서
고백하는 거 다 나왔는데 뭔 소리냐?
네, 우리는 당연히 그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꽤나 재밌게 보았습니다.
1화의 제일 초반
인턴으로 들어온 홍해인이 어리버리타니까
복사기 사용을 도와주었던 현우
계단에서 이딴 식으로 하면 회사 잘린다면서
회장 손녀한테 훈계를 했었던 현우
우산 주며 환심 사기 위해
서울대 나왔다, 우리 집 소가 30마리 등등
제가 차은우 앞에서
내 얼굴 자랑하는 듯한 소리 했었던 현우
모두 아주 재밌고 당연하게 그 장면들을 봤었죠.
그렇게 누가 봐도 예쁜 홍해인한테
사랑에 빠져 고백하고 결혼하는 게
아주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당연하다 생각한 게
당연한 게 아니었을 때 감동은 배가 되는 법
시청자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생각들을 뒤집는 의외의 장면들이
불현듯 서프라이즈 깜짝 놀라게 나와줘야
어머 뭐야? 이 드라마 쩌네, 작가 누구야?
신선하고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의 감동을 증폭시킬 수 있으니
저는 분명히 홍해인 시점으로 다시 보기
그때 그 장면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우연한 만남, 당연한 고백, 자연스런 결혼이 아닌
운명적 재회, 기다렸던 고백, 그리고 홍해인이
세상에 오직 단 한명 뿐인 이 남자와
얼마나 꿈꿔왔던 결혼을 한건지 말입니다.
이런 예상 후에
지난 1화의 그 장면들을 다시 보면
완전히 새롭게 보입니다.
홍해인의 미묘한 눈빛이 다 보이죠.
17년전 그 남자인걸 알지만 전혀 티를 안내는
재밌는 눈빛과 행동들
5년전 유학 갔다 돌아와
퀸즈 백화점에서 일하기 시작한 인턴 홍해인이
겁도 없이 복사기를 발로 팡팡 찼었죠.
지나가던 백현우가 그걸 보고 다가왔던 게
첫만남이었습니다.
이 여자 뭐야? 예쁜데 무식하네, 했겠죠.
그리고 도와주기 위해 팔 걷고 나서는데
진짜 팔 소매를 걷습니다.
장면을 못 써서 아쉽네요.
다시보듯 듣는 이야기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멈칫 놀란 홍해인은
그 남자의 팔뚝에 먼저 눈이 가고
그 다음 자연스럽게 얼굴을 올려다 봤습니다.
바로 이 장면
학교 운동장에서
둘이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습니다.
홍해인은 그때도 반창고 전해주는그 팔을 먼저 본 후에
자연스럽게 현우의 얼굴로 시선이 옮겨갔었죠.
운동장에서 반창고
회사에서 복사기
나를 위해 다가와 준
똑같은 팔뚝, 똑같은 얼굴
12년간 그리워했던 그 사람
그런 관점에서 다시 보기를 하면
이때부터 나타나는
홍해인의 표정 변화가 꽤나 재밌습니다.
시청자인 우리들한테는
복사기 앞에서 티격태격 썸 시작되는
남녀간의 풋풋한 눈빛으로만 보였지만
알고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거죠.
해인은 다시 재회한 현우를
느낌적인 느낌으로 바로 알아보고
완전히 다른 의미의 눈빛을 보냈던 겁니다.
복사기 대신 작동해주는 현우의 얼굴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었죠.
그때는 '이 남자 뭐야? 당황스럽네'
그런 표정으로 우리한테 보였었지만
알고보면 '2006 반창고 너지?'
그런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던 겁니다.
현우가 대신 복사해주고 돌아선 후
그런 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심각하게 눈을 꿈뻑꿈뻑 거렸었죠.
이 남자가 그 남자인 걸 확신하지만
아직은 긴가민가 싶은 겁니다.
쉽사리 확신하기엔 너무 꿈 같은 일이라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그 뒤로도 계속 복사기를 차대죠.
현우를 불러내기 위해
발로 찰 때마다
빵 셔틀이 아니라 복사 셔틀 현우는
항상 달려왔습니다.
1화때 나온거라 잘 기억이 안 나시겠지만
그렇게 몇번을 복사기 앞으로 불러냈었죠.
발로 차면 현우 온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항상 복사기 앞으로 와줬습니다.
그렇게 복사기 앞에서 현우 얼굴을
두번 보고, 세번 보고, 네번 보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면서
애매하고 심각했던 혜인의 표정이
점차 여유롭게 변해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 복사기 앞에서의 만남
이때 해인은 현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 후
그제서야 꿈이 아니라
이 모든 게 진짜 현실이라는 듯
아주 속 시원한 피식 웃음을 짓죠.
더이상 의심의 여지없이
2006 한일외고 반창고가 이 남자라는 걸
완벽하게 확신한 순간입니다.
복사기가 맺어준 인연
나중에 자식 낳았는데
"엄마, 아빠는 어떻게 만났어?" 물어 보면
"복사기 까니까 아빠 왔어" 말해주면 됩니다.
비록 제 해석이 틀릴 여지도 있지만
진짜 그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설정이 맞다면
김지원 배우는 복사기 앞에서
두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휼륭한 입체적 연기를 한 거죠.
그렇게 복사기 덕분에 확신을 얻은 해인의 표정은
이후 내내 편안하고 안정되어 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단으로 불러낸 현우가
"이딴 식으로 하면 잘린다"
"혼나는 거 볼 때마다 내가 놀란다" 라고 하니까
해인은 아주 여유로운 표정
반창고 귀엽네 라는 표정으로
"내가 혼나는데 백현우 씨가 왜 놀라요?"
"한번 잘 생각해봐요, 왜 그런건가"
라면서 사랑의 도발, 주도권 화살을 쏴
페이스를 자기 쪽으로 끌고 오죠.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는 퀸즈의 여왕 홍해인
그 남자도 갖기 위한 이런 사랑의 지략은 환영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망의 백화점 정문 우산 고백씬
"우산 없어요? 이거 써요"
하면서 우산을 내미는 백현우의 손
예전 운동장에서 반창고와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었던 바로 그 손
그 손에는 지금
반창고 대신 우산이 들려 있습니다.
백화점 배경 지우고 운동장 옮겨놓으면
12년 전과 똑같은 상황
항상 자기를 위해 무언가를 건네주는 이 사람
오래전 그 느낌 그대로를 다시 느낀 해인
해인의 표정은 대단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땐 울었지만 지금은 울지 않죠.
대신 올라오는 어떤 감정을
억누르는 게 느껴집니다.
물론 본방때 시청자인 우리들 눈에는
단순히 설레여서 당황한 눈빛
그런 무표정으로만 보였었지만
알고 보면 오랜 세월의 깊이만큼 너무나도 복잡해
되려 어떤 표정도 지을 수가 없는
그런 무표정이었던 겁니다.
이후 시청자들 대동단결 심쿵하게 만드는
현우의 고백 대사가 이어지죠.
"서울대, 소가 30마리, 월세 아닌 전세"
국공립 어린이집만 나온 사글세여도
얼굴 보고 결혼한 여자들 줄 섰을텐데
굳이 쓸데 없는 얘기들을 합니다.
그렇게 떨리지만 용기내서 고백하는 현우
달달하고 긴 고백이 이어진 후 대망의
"좋아서 그래요, 나 어때요?" 나옵니다.
그대로 얼은듯 한참 동안 말이 없는 해인
아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될지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 듯한 해인
그런 해인의 손에 현우는
비 맞지 말라면서 우산을 꼬옥 쥐어줍니다.
역시 운동장이 아닌
백화점이라는 사실만 다르죠.
넘어진 해인을 보고 반창고를 줬었던 현우
해인이 괜찮다고 하니까
현우는 그 반창고를 직접 붙여 주었습니다.
지금도 괜찮다는 그 우산을
굳이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해인이는 벤츠 타고 갈건데...
이렇듯 하이라이트인 백화점 정문 고백씬도
그가 오래전 그 남자인 걸 다 알고 있었다는
해인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완전히 새로운 장면들로 다가옵니다.
길고 긴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인 거죠.
현우는 서랍 한켠에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MP3처럼
오래전 그 소녀에 대한 기억도
지금은 잊어버렸습니다.
현우의 감정 한켠을 차지할만한 일은 아니기에
굳이 그 소녀를 기억할 이유는 없었겠죠.
하지만 해인이는 다릅니다.
세상에 내 편은 한명도 없던 그때
처음으로 손 내밀어주고
상처를 치유해줬던 현우를
한 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운동장에서는 울었지만
지금은 결코 울지 않는 눈물의 여왕
이렇듯 해인이는 모든 과거를 기억하고
현우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건
이제 반대가 될거라는 겁니다.
해인이가 걸린 병 때문이죠.
드문드문 순간의 기억을 잃는 해인
지금은 짧은 찰나의 기억만 잃을 뿐이지만
점차 병세가 악화돼 가면서
잃게 되는 기억이 많아질테고
너무나 슬프게도
해인이가 절대 잊고 싶지 않은 제일 소중한 기억
현우가 손 내밀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던
17년전의 그 기억도 결국에는
그녀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겁니다.
반대로 현우는
그녀에 대한 새로운 기억들을 발견하겠죠.
그때도 넘어져 무릎을 다쳤고
지금도 넘어져 무릎을 다치는 여자
그때 운동장에서 만났던 눈물의 여왕이
지금 자기 아내가 되어 있는 해인이라는 걸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해인은 점차 기억을 잃고
현우는 점차 기억이 나겠죠.
그럼 해인이 잃어가는 그 기억을
현우가 되살려 줄 겁니다.
지금까지 눈물의 여왕 홍해인이
세상에 한명 뿐인 잊을 수 없는 그 남자
백현우를 다시 만난 이야기
해인이는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라는 관점하에
지난 스토리들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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